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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릇 / 박성우

  눈깔사탕 빨아먹다 흘릴 때면 주위부터 두리번거렸습니다 물론, 지켜보는 사람 없으면 혀끝으로 대충 닦아 입속에 다시 넣었구요

  그 촌뜨기인 제가 출세하여 호텔 커피숍에서 첨으로 선을 봤더랬습니다 제목도 야릇한 첼로 음악을 신청할 줄 아는 우아한 숙녀와 말이에요 그런데 제가 그만 손등에 커피를 흘리고 말았습니다 손이 무지하게 떨렸거든요

  그녀가 얼른 내민 냅킨이 코앞까지 왔지만서도 그보다 빠른 것은 제 혓바닥이었습니다

  ;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이 시의 정황이 딱 그렇습니다. 먹다 흘린 사탕을 대충 닦아 다시 입에 넣던 어릴 적 버릇 탓에 민망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손이 무지하게” 떨릴 만큼 그 숙녀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데, 그녀 앞에서 본의 아니게 벌어진 이 촌극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화자가 직면한 당혹감과 부끄러움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아마도 화자는 흘린 사탕을 주워 먹을 때 주위를 두리번거렸던 것처럼, 붉어진 얼굴로 그녀의 눈치를 살폈을 겁니다.

  이렇게 몸에 익은 버릇은 감추기 어렵습니다. 버릇은 의식에 앞서는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행동인 까닭입니다. 이 시의 화자는 버릇 때문에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지만, 버릇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아침의 정경을 떠올려보면 양치질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 등의 소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버릇입니다. 양치질을 할 때마다 치약은 얼마만큼 짜고, 칫솔질은 어디서 시작해서 어떤 손놀림으로 할지 일일이 생각해야 한다면 삶은 얼마나 고단할까요. 버릇은 우리가 생활을 효율적으로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합니다.

  고쳐야 할 것은 소위 나쁜 버릇, 즉 악벽(惡癖)입니다. 악벽은 손가락을 빨거나 손톱을 씹는 등 사소하고 개인적인 것부터 도벽, 방화, 거짓말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심각한 것까지 다양합니다. 이런 악벽은 스스로 문제를 인지하고 필요하다면 그 원인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글을 쓰며 자신을 돌아보니 제게는 밥을 먹을 때 꼭 한두 잔 술을 곁들이는 악벽이 있습니다. 요즘은 건강이 좋지 않아 술자리를 피하면서도 반주하는 버릇은 여전합니다. ‘한두 잔이야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속담에는 유독 버릇과 관련된 게 많습니다. 특히 나쁜 버릇에 관한 것이 재밌습니다. “제 버릇 개 줄까.”, “빌어먹던 놈이 천지개벽을 해도 남의 집 울타리 밑을 엿본다.”, “ 남산골샌님이 망해도 걸음 걷는 보수는 남는다.”, “한번 검으면 흴 줄 모른다.”, “ 천생 버릇은 임을 봐도 못 고친다.” 이 속담들은 모두 나쁜 버릇은 고치기가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이제 저녁을 먹을 참인데 반주를 하지 않으리란 장담을 못하겠네요. 버릇 고치는 일이 힘든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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