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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라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바야흐로 한여름이다. 햇볕이 쨍쨍한 날엔 역시 시원한 아이스커피가 제격이다. 푹푹 찌는 날씨보다 사람들이 모두 사이좋게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봐야 나는 비로소 여름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하지만 이따금 여름이라는 계절이 무색하게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카페에서 따뜻한 차나 커피를 마시고 싶다. 이열치열이랄까. 땀을 뻘뻘 흘리다 식히기를 반복하며 먹는 삼계탕 같은 맛이랄까.


늦은 주말 오후 침대에서 몸을 뒤척이다, 햇빛이 쏟아지는 창문을 올려다보다가, 별안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다. 따뜻하게 데운 머그잔에 담긴 카페라떼가 나는 지금 몹시 마시고 싶다. 아름다운 카페라떼를 위해서라면 무더위에 아무리 집밖으로 나오기 싫어하는 나일지언정 오늘만은 온 마을을 돌아다니겠다. 그런 충동에 휩싸이자 가방 속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소설과 공책, 필통을 챙겨 넣어 곧장 집을 나섰다.


어디로 가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카페라떼를 마실 수 있을까? 나만의 기준을 정해보았다. “좋은 기억이 남아 있는 카페”가 첫 번째 기준이었고, 두 번째는 ‘아름다운 카페라떼를 찾아나서는 여정’이라는 명분답게 “집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이어야 했다. 고심 끝에 집에서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한 카페로 결정했다. 위 두 조건을 모두 충족했기 때문이다. 몸이 아픈 나를 위해 서울에서 일산까지 안부를 물으러 온 친구와 대화를 나눈 장소이자, 버스로 쓸데없이 돌고 돌아서 가야 하는 곳이기도 했다.


95번 초록버스를 타고, 구일산을 빙글빙글 돌아 모든 사물의 윤곽이 선명한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다, 나희경의 ‘사랑하오’란 노래를 반복하여 흥얼거리고 나서야 카페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커피 볶는 고소한 냄새가 콧속에 한가득 퍼졌다. 카페라떼. 카페라떼. 속으로 되뇌면서 메뉴판을 훑어보았다. 카페라떼 대신 ‘플랫오틀리’란 생소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건강한 슈퍼푸드 오트밀로 만든 플랫 화이트. 우유가 더부룩하거나 채식하는 분께도 추천.”


채식하는 사람을 위한 커피란 도대체 어떤 맛일까? 궁금한 건 또 못 참는 성격이라 호기심에 이끌려 애초의 계획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나도 모르게 “플랫오틀리 한 잔 주세요.”라고 주문해버렸다. 몇 분 뒤 얼음을 동동 띄운 플랫오틀리가 나왔다. 플랫오틀리는 역시 슈퍼푸드 오트밀로 만들어서인지 속도 더부룩하지 않고 저지방 우유의 맛처럼 가벼우며 맛있었다. 뜨겁디뜨거운 커피를 마시겠다던 당찬 포부와 여정이 내 변덕 한 번에 무너지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름에 반하겠다더니 한여름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아무렴 어때. 여행의 묘미는 변수에 있는 거니까. 무엇보다 사장님이 드립 백을 선물로 주셨다.


석지연 / 2012년 『작가세계』로 등단했다.





#groasting #지로스팅 #커피 #에세이 #커피에쓰다 #커피에달다 #석지연시인 #카페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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