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로스팅 당일로스팅 맛있는 신선한 고소한 갓볶은 커피 원두 드립 분쇄 에스프레소 카페 홀빈

전체상품목록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현재 위치

  1. 게시판
  2. 커피에 쓰다
게시판 상세

황인숙(시인) / 사랑의 그림자



비가 내리네요
오늘 유난히 당신 생각에
그리움이 밀려오네요
처음 만났을 때
비 오는 날 우산 쓰고 거닐었는데
같이 커피 마시던 날이 그리워요
사랑으로 다가왔을 때
세상을 다 얻은 거 같았어요
이별이 다가왔을 때는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것 같은
아지랑이처럼 사랑이 떠나갔어요
아직 보내지 않고
가슴 깊은 곳에 은밀한 곳에
늘 함께 해요 생각나고 그리울 때
사랑으로 다가오지요
보이지 않는 그림자에요
보고 싶군요 그리워요
생각하니 어느새 눈시울이
사랑해요 아주 많이요





§ 언제부턴가 복작복작한 거리를 걷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되도록 좁고 캄캄한 골목길과 작은 카페만 갑니다. 카페 유리창 너머 더러운 시멘트벽에 적힌 낙서를 읽길 좋아해요. 헤어진 연인들의 이름과 약속과 소망과 노여움이 모두 아이들 장난처럼 읽힙니다.


언제부턴가 달리는 사람이 아닌 앉는 사람이 되었어요. 예전엔 가슴이 먹먹할 때마다 공원 한 바퀴를 죽을힘을 다해 뛰곤 했었는데, 그렇게 숨이 벅차야 마음에 숨구멍이 트이는 기분이었거든요. 이제 나는 몇 시간이고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땐 슬픔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뛰었는데, 슬픔은 도망치면 도망쳐지는 장소 같은 것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나는 지금 슬픔을 뚝뚝 흘리면서 앉아 있을 줄 알아요.


언제부턴가 이전엔 시시하게 여겼던 꽃을 멈춰 서서 바라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나만의 식물사전을 채우는 습관이 생겼어요. 박꽃과 능소화, 개양귀비와 다래꽃, 연꽃, 매발톱꽃… 좋아하는 꽃이 아니라 어디서든 내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꽃들로 채운 사전. 좋아하는 꽃은 너무 쉽게 바뀐다는 걸 알았어요.


요즘 식물사전에서 가장 많이 펼쳐 본 페이지는 개망초입니다. 내가 자주 드나드는 카페 어귀엔 넓은 공터 하나가 있어요. 공터가 카페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어 오랫동안 나는 이 공터 앞을 지나다녔고요. 거기서 몇 채의 거대한 모델하우스가 지어지고 순식간에 부서지고 또다시 지어지고, 도시의 땅은 그런 거죠. 공터에게 마음이란 게 있다면 이 땅은 어떤 슬픔을 건축했을까요.


며칠 전 그곳을 지나갔어요. 가건물이 철거된 자리에 수천 송이의 흰 개망초가 한꺼번에 피어 있더라고요. 오늘 유난히 당신 생각에 그리움이 밀려오네요. 가장 미안하다 생각되는 사람은 용서를 구하기도 미안해서 숨게 돼요. 그래서 미안하다고 전할 길이 없어요. ‘미안하다’라는 말만 계속 쌓여요. 가장 미안한 당신에게 이 공터를 보여주고 싶어요.
개망초의 꽃말은 화해래요. 당신과 처음 만났을 때 우산을 쓰고 빗속을 거닐었는데. 같이 커피 마시던 날이 그리워요. 사랑이 다가왔을 땐 세상을 다 얻은 거 같았어요.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것 같은 이별이 다가왔을 때 사랑은 아지랑이처럼 떠나갔어요. 같이 커피 마시던 날이 그리워요.

석지연 / 2012년 『작가세계』로 등단했다.





#groasting #지로스팅 #커피 #에세이 #커피에쓰다 #커피에달다 #석지연시인 #황인숙시인 #사랑의그림자



관리자게시 게시안함 스팸신고 스팸해제
목록 삭제 수정 답변
댓글 수정

비밀번호 :

수정 취소

/ byte

댓글 입력

댓글달기이름 :비밀번호 : 관리자답변보기

확인

/ byte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