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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이(시인) / 커피 마시는 개



생후 5개월째인 발발이는
화원 안을 뛰어다니며 매일 사고를 친다
하루에 석 잔 넘게 커피를 마시는 그놈은
인간으로 산다
남자 직원이 두들겨 패면
가랑이 밑으로 쏙 들어가 찍소리도 않다가
목덜미를 쓰다듬어주면 그제야 발라당 뒤집어진다
슬슬 눈치를 보며 꼬리를 살랑거릴 때
어김없이 놈에게 커피 한 잔이 수여된다
개 팔자가 상팔자 맞는가
하는 짓이 낯 뜨거워 붉어진 채 돌아서는데
야성은 어디에 버렸는지
재미 삼아 때리는 매질을 고스란히 맞으며
보답인 양 던져주는
커피와 샌드위치에 길들여져 간다
너는 살 만하니?
짖지 못하는 나도 놈과 다를 게 없다
내가 나를 버리고 있나 보다
천덕꾸러기 그놈은
시들고 상처가 난 꽃들과 난 뿌리들
수북이 쌓여 있는 구석으로 달려가
거품 물고 먹어댄다
가끔 그렇게 미친 행동을 한다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처럼





§ 김사이 시인의 「커피 마시는 개」 속 ‘남자 직원’과 ‘생후 5개월째인 발발이’의 관계는 근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문제를 되돌아보게끔 한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속담처럼 ‘발발이’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고, “목덜미를 쓰다듬어” 주는 사랑을 받으며 살아간다. 몸을 “발라당 뒤집어” “꼬리를 살랑”거리는 발발이는 행복한 삶을 구가하는 듯 보인다. 이상한 점은 발발이가 가끔 화단으로 뛰어가 화초를 “거품 물고 먹어”대는 “미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화자는 겉으로 드러난 풍요와 이런 미친 행동의 괴리에서 우리 삶에 내재한 폭력성을 성찰한다. 발발이가 마시는 하루 석 잔의 커피는 우리의 하루 세끼와 다름없다. 생존을 위해 혹은 부()를 위해 자존을 내려놓고 굴종을 택하는 삶. 폭력에 길든 발발이를 두고 “낯 뜨거워 붉어진 채 돌아서는” 화자는 발발이에게서 자기 모습을 발견한다. “그놈은 / 인간으로 산다”라는 구절은 표면적으로 인간 같은 호사를 누리는 발발이를 의미하지만, 한편으론 매 맞는 ‘개와 다르지 않은 인간’을 뜻한다. 화자는 “짖지 못하는 나도 놈과 다를 게 없다”라고 말하며 자신 역시 그 인간의 범주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고백한다. 발발이에게서 눈을 돌리는 나, 내 안에서 죽어가는 자유를 외면하는 나에 대해 화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나를 버리고 있나 보다”라고.

「커피 마시는 개」에서 두들겨 맞는 발발이나 그런 발발이를 자기와 동일시하는 화자보다도 더 슬픈 것은 폭력의 학습과 그것의 대물림이다. 시에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발발이를 매질하는 남자도 ‘직원’이라는 데에서 갑이 을을 괴롭히는 폭력의 희생자임을 짐작할 수 있다. 발발이와의 관계에서 갑이 된 남자 직원은 을인 발발이를 때리고, 발발이는 저보다 힘없는 “시들고 상처가 난 꽃들과 난 뿌리들”을 물어뜯는 이 폭력의 고리. 갑을 향해 변변한 대거리 한번 해보지 못하고 죽은 듯이 살아가는 이들이 자기보다 더 약한 존재에게 가하는 폭력은 스스로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다. 잃어버린 인간 존엄에 대한 보상심리로서 약자를 괴롭히며 무너진 자존감을 세우려는 것이다. 이 폭력의 악순환을 어떻게 끊어야 할까. 모르겠다. 그저 “너는 살 만하니?”라는 물음과 함께 오래전에 읽었던 『어린 왕자』의 한 장면이 머릿속을 채운다. ‘길들인다’는 게 무엇인지를 묻는 어린 왕자에게 여우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중략)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내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 난 네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고…. (중략) 너는 금빛 머리칼을 가졌어. 그러니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근사할 거야! 밀은 금빛이니까 나에게 너를 생각나게 할 거야. 그럼 난 밀밭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를 사랑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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