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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 / 밤을 새는 사람들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 7. 22.~1967. 5. 15.)는 사실주의 화풍으로 유명한 미국의 화가입니다. 그는 양차 세계대전과 경제대공황을 겪은 20세기 미국인의 삶과 그들의 내면을 독창적으로 표현한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주로 현대 도시인의 생활을 다룬 그의 작품을 지배하는 정서는 소외감과 고독감입니다. 이러한 에드워드 호퍼만의 개성이 잘 드러난 〈밤을 새는 사람들(Nighthawks)〉은 현대미술사상 가장 많은 불법 복제품이 만들어진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대도시의 한 단면을 묘사한 반세기 전 그림이 지금껏 이렇게 사랑받는 것은 이 그림이 환기하는 바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일 겁니다.



〈밤을 새는 사람들〉은 밤중에도 조명을 환하게 밝힌 카페의 전경(前景)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변 건물의 불이 다 꺼진 데서 꽤 밤이 깊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카페 통유리창 안으로는 네 사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커피 잔을 앞에 둔 한 쌍의 남녀와 그들을 향해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듯한 종업원입니다. 화면 가운데는 세 사람과 동떨어진 채 관객 쪽으로 등을 돌리고 있는 한 남자가 보입니다. 그의 뒷모습은 손끝을 맞대고 있는 남녀와 대비되며 짙은 고독감과 소외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그가 살았던 맨해튼 그리니치빌리지의 간이식당에서 이 그림의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는 “아마 무의식적으로 대도시의 외로움을 그린 것 같다.”라고 이 작품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자동판매기 식당(Automat)〉을 가득 채우고 있는 분위기 역시 비슷합니다. 화면 구석의 히터와 여인의 두꺼운 외투, 손 한쪽에 낀 장갑은 이 그림의 시간적 배경이 겨울임을 알려줍니다. 자동판매기로 음식을 파는 식당에 홀로 앉아 지그시 커피 잔을 내려다보는 여인의 표정과 그 뒤로 마치 터널 속처럼 펼쳐져 있는 바깥 풍경에서는 우울함마저 느껴집니다. 창틀에 놓인 알록달록한 과일과 여인의 화사한 옷차림, 새하얀 피부, 붉게 칠한 입술은 역설적으로 현대문명의 쓸쓸함과 인간소외를 드러내는 듯합니다. 이 여인이 왜 춥고 어두운 밤에 혼자서 커피를 마시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빈 의자들과 화면 전체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적막감이 그녀의 감정을 대신 전해주는 듯싶습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현대 도시인의 쓸쓸하고 공허한 내면세계를 표현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카페를 비롯하여 호텔, 주유소, 아파트, 극장, 술집 등 우리가 늘 마주치는 일상의 공간이 등장합니다. 정적이고 단조롭고 흐릿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진 삶의 풍경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밤 서울 어느 곳에서도 〈밤을 새는 사람들〉과 〈자동판매기 식당〉의 주인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종종 홀로 술집이나 카페를 찾아 늦은 밤을 달래고는 하니까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그때 느끼는 심사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우며 묘한 위로와 안도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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