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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꽃 그리고 꿀 2 / 안웅선

  그것이 왔다. 운남성의 남쪽 지방에서 쿤밍까지는 기차로 쿤밍에서 서울까지는 하늘을 날아서. 평범한 병에 담겨 있었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평범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순백과 크림색 사이의 빛깔을 띤 고체가 병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 코코넛 오일이 아닐까 생각되는 질감이었다. 향은 진하다기보다 은은해서 누군가 산뜻한 아로마 오일을 따듯한 물에 한두 방울 떨어뜨려 방 안에 둔 것이 아닌가라는 착각을 하게끔 했다.

  음용법에 대한 설명은 간단했다. 물에 타서 마시려거든 너무 뜨겁지 않은 물에 타서 마실 것. 아기의 체온 정도의 물이 적당하다. 빵에 발라 먹어도 좋고 비스킷 같은 것에 얹어 먹어도 좋다. 설명은 거기까지였다. 올해 채취한 마지막 남은 꿀을 어렵게 구해온 것이라고 했다. 형은 새끼손가락만 한 나무주걱으로 이미 열어둔 병에서 꿀을 조금 덜어내어 내 입에 물려주었다. 순식간에 녹아 사라지면서 혀끝을 치고 가는 달콤함. 아직 내 몫의 병을 열지도 않았는데 내년의 주문을 생각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병뚜껑을 열고 숟가락으로 한입 머금었다. 습도가 높아 스웨터 사이로 한기가 파고드는 날씨였다. 달콤함만으로 체온이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언젠가 커피꽃 꿀을 맛보게 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단것을 좋아한다면 그냥 숟가락의 날을 이용하여 적당히 긁어낸 다음 혀에 머금고 있을 것. 커피꽃 꿀을 맛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석청, 목청, 야생화 꿀 등 온갖 좋은 꿀들이 난다는 운남에서도 커피꽃 꿀은 상품에 드는 좋은 꿀이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 독특한 질감과 풍미는 한 사람을 충분히 유혹하고도 남음이 있다.

  요즈음은 이 꿀을 에스프레소와 함께 즐기고 있는데 이 역시 나쁘지 않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내릴 준비를 할 것. 그 사이 티스푼으로 2/3 정도 분량의 커피꽃 꿀을 긁어 에스프레소 잔에 덜어 놓을 것. 그리고 에스프레소를 잔에 내려 천천히 음미하며 마실 것. 주의사항은 절대로 잔을 휘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에스프레소의 쓴맛과 향을 즐기고 난 후 점점 다가오는 단맛을 맞이해 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에 잔 밑바닥에 녹아 있는 꿀을 머금고 충분히 향을 음미해 주시길 바란다. 아마도 고원에 펼쳐진 커피밭과 커피나무마다 흩뿌려진 하얀 커피꽃의 풍경이 여러분 입안에 펼쳐질 것이다.

  안웅선 2010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탐험과 소년과 계절의 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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