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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록과 순리와 북미 원두 / 이훤


북미산 순록을 카리부라고 부른대요

커피를 끓이는데

비에 젖은 순록 발자욱이 들린다

(…)

북미 원두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 커피가 원숙하려면 좋은 증기가 필요해. 좋은 증기를 내려면 좋은 물이 필요하고 좋은 물은,

좋은 물은 어떻게 태어나는데?

순록이 두리번거리고 있다

우리는 물이 멀어지는 모습만 본 적이 있다

물은 달라고만 하는 것들에게 한 번도 생색이 없고

물이

저의 몸을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 소리는 모든 광경을 늦출 수 있다

거의 모든 광경을

(…)

―이훤, 「순록과 순리와 북미 원두」(『우리 너무 절박해지지 말아요』, 시인동네, 2018)




§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나온다. 상선(上善)은 으뜸이 되는 선, 지극히 착한 것이다. 약수(若水)는 물과 같다는 뜻이다. 왜 노자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했을까? 그의 말에 따르면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머문다. 과연 그렇다. 물은 뭇 생명의 생장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물은 늘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막힘이 있으면 돌아서 간다. 또한 물은 담기는 그릇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유연함을 가지고 있다. 노자는 물의 이러한 성질을 무위(無爲)의 표본으로 생각했다.


겉으로 선명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시인은 상선약수를 염두에 두고 시를 쓴 듯하다. 제목의 ‘순리’라는 말이나 “물은 달라고만 하는 것들에게 한 번도 생색이 없고”라는 구절을 보면 그렇다. 북미 원두에서 시작한 시인의 사유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거꾸로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이라는 노랫말처럼 생각은 점점 본질을 향해 치닫는다. “커피가 원숙하려면 좋은 증기가 필요”하고, “좋은 증기를 내려면 좋은 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좋은 물은 어떻게 태어나는” 것일까?


시인은 커피를 만드는 일에 빗대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넌지시 일러준다. 고민거리가 있을 때 문제의 본질과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따져 묻는 일은 꽤 도움이 된다. 시험을 앞둔 학생이라면 당장 눈앞의 성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성적을 받아서 어느 학교에 진학하고 싶은지, 그 학교에 가서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배워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그 무엇이 되어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를 되짚어보는 식이다. 목적의식을 뚜렷하게 함으로써 동기부여를 강화하는 방법이다.


북미 원두에서 좋은 물의 탄생까지 막힘이 없는 시인의 사유를 좇다보니 너무 멀리 와버린 듯하다. 다시 시 얘기. 시인의 물음은 “좋은 물은 어떻게 태어나는”지에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물이 멀어지는 모습만 본 적이” 있으므로 물이 태어나는 수원지(水源池)를 찾는 것은 꽤 요원한 일이다. 그렇다고 본질에 대한 질문을 멈춰서는 안 된다. 의문을 갖지 않는 삶은 죽은 삶이다. 생각은 물처럼 막힘없이 흘러야 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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