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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 / 박소란


컵은 아무 데나 놓여 있지

누가 여기에 컵을 가져다 놓았는지 몰라


컵은 말이 없네


살고 있을 뿐

컵의 나날을 다만 컵으로서

한컵 정도,라고 얼버무려 말할 때의 그 사소한 습관으로서


컵은 텅 비어 있네


어느 추운 날

우연히 만난 당신에게서 커피나 한잔 얻어 마실 수 있다면,

그런 꿈을 꾸는 게 아닐까 컵은


잠시 웃네,

쟁그랑 소리를 내며

우는 순간도 오지

예의 그 사소한 습관으로서


컵을 든 누군가

피 흘리며 아파하네 컵, 컵 하나 때문에


이렇게 끝나버릴 줄은 몰랐어요, 숨죽인 파편을 멍하니 바라다보네


누가 그로 하여금 컵을 들게 했는지 컵을 깨게 했는지

몰라


그는 다만 커피를 한잔 마시고 싶었지 아주 따뜻한 커피를




§ ‘밀레니얼(millenials) 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다. 우리말로는 ‘새천년 세대’쯤 되겠다. 이들은 인터넷, 모바일,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에 능숙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를 경우로 들자면 이들은 단군 이래 가장 스펙이 좋은 세대다. 그런데도 이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하면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건물주를 인생의 목표로 삼는 것은 그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여기에는 지금의 사회구조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경제적 성취를 이루기 어렵다는 자조가 깔려 있다. 연애, 결혼, 출산 등 3포에 내 집, 인간관계를 더한 5포를 넘어 ‘N포 세대’라고 불리는 것이 이 시대 밀레니얼들의 정직한 초상이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것은 저 N포에 물질뿐만 아니라 꿈, 희망 등 정신적 가치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박소란 시인의 「컵」을 읽으며 밀레니얼 세대를 떠올린 것은 어째서일까. 나 또한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로서 시 속의 ‘컵’이 꼭 나처럼 느껴진 모양이다. 컵을 나 자신 나아가 밀레니얼 세대로 바꿔 읽으니 시가 더욱 실감을 갖고 다가온다. 누가 우리를 이 시대에 가져다 놓았는지 모르고, “아무 데나 놓여 있”는 기분. 꿈도 희망도 포기한 채 다만 “살고 있을 뿐”이라서 늘 “텅 비어 있”는 기분. “어느 추운 날/ 우연히 만난 당신에게서 커피나 한잔 얻어 마실 수 있”을까 하는 작은 바람조차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드라마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기분. 좁은 원룸에 들어 “쟁그랑 소리를 내며/ 우는 순간”들. “이렇게 끝나버릴 줄은 몰랐어요”라고 언젠가 읊조리게 될 것만 같은 예감. 이렇게 컵에 감정이입을 하며 시를 읽다 보니 “그는 다만 커피를 한잔 마시고 싶었지 아주 따뜻한 커피를”이라는 마지막 연이 가슴을 훅 때린다. 예사롭게만 보이는 문장으로 마음을 뒤흔드는 것은 시인의 능력이겠다.


「컵」은 나온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박소란 시인의 신간 시집에 실린 작품이다. 시집은 줄곧 어떤 가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때의 가난은 단지 물질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시인은 마음의 가난과 인간관계의 가난을 노래하는데 전연 청승맞지 않다. 시인의 목소리는 다정하고 또 담담하다. 박소란 시인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그의 첫 시집에 있는 짧은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주소」라는 제목의 시 전문이다. “내 집은 왜 종점에 있나// 늘// 안간힘으로/ 바퀴를 굴려야 겨우 가닿는 꼭대기// 그러니 모두/ 내게서 서둘러 하차하고 만 게 아닌가”.


#groasting #지로스팅 #커피 #에세이 #커피에쓰다 #커피에달다 #이현호시인 #박소란시인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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